마리아 발토르타의 '나에게 계시된 복음' 저서를 통하여, 교의신학과 성서신학적 신빙성을 밝히고, 더불어 각 챕터마다 연관된 성경 내용을 주해하며 성경공부도 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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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주님 탄생 예고 대답을 기다리는 하늘 하느님께서 사람의 대답을 기다리신 적이 있습니까. 오늘 온 우주가 열다섯 살 소녀의 한마디 앞에서 멈춰 섭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가 처음으로 복음서 본문과 정면으로 만나는 날입니다. 루카 복음 1장 26절부터 38절, 우리가 삼종기도로 하루 세 번 되뇌는 그 장면입니다. 루카의 뼈대 위에 책이 입힌 살을 보고, 그 살 속에서 성경의 뿌리를 찾아보겠습니다. 마리아 발토르타의 『나에게 계시된 복음』 1권 제16장으로 들어갑니다. 네모난 작은 방, 난간 없는 낮은 침상, 선반 위의 기름 등잔과 양피지 두루마리 몇 개와 정성스레 접어 둔 수틀, 그리고 등불 곁 작은 구리 화병에 꽂힌 복숭아꽃 가지. 텃밭으로 난 문은 휘장 하나로 가려져 바람에 하늘거립니다. 책은 이 방을 "수도자의 방처럼 거의 텅 빈" 곳이라 하면서도 "어딘가 준엄하고 왕가다운 데가 있다"고 적지요. 그 문 곁 걸상에 열다섯 살 마리아가 앉아 비단결 같은 흰 아마실을 잣고 있습니다. 시점부터 확인해 둡시다. 지난 장에서 혼인은 초막절 뒤로 정해졌으니 지금은 정혼한 처녀가 제 집에 홀로 사는 때, 마태오 복음 1장 18절 그대로입니다.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였는데, 그들이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 꽃 핀 가지가 알려 주는 계절도 봄, 교회가 성탄 아홉 달 전인 3월 25일에 이 대축일을 지키는 그 계절입니다. 실을 잣는 마리아라는 그림도 우연이 아닙니다. 동방의 수태고지 이콘들은 거의 예외 없이 물레가락을 든 마리아를 그립니다. 초대 교회의 전승이 이 순간의 마리아를 실 잣는 처녀로 기억해 왔는데, 병상의 발토르타가 그 그림을 그대로 본 것입니다. 마리아가 성전에서 배운 노래를 나직이 부르다가 기도로 넘어갑니다. 이 기도를 잘 들어 보십시오. "당신 그리스도의 오심을 위하여 알맞은 때와, 순결하고 다산할 동정녀를 일으켜 주소서. 아버지, 거룩하신 아버지, 당신 여종이 이 목적을 위하여 제 생명을 바치도록 허락해 주소서." 7장의 두 살배기가 그 동정녀의 시녀가 되겠다던 그 마음이 열다섯에도 그대로입니다. 여전히 남을 위해 동정녀를 청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기도는 이렇게 끝납니다. "오소서, 오소서, 오 주님의 영이여. 당신을 기다리는 당신의 충실한 이들에게 오소서. 오소서, 평화의 임금이여!" 이사야서 9장 5절이 예고한 "평화의 군왕"을 부르며, 성령께 오시라고 청하는 것입니다. 그 청이 몇 분 안에 응답됩니다. 휘장이 한결 세게 하늘거리더니, 순은에 녹아든 진주의 흰빛이 방을 채웁니다. 그리고 책이 적은 첫 동작을 보십시오. "그 빛 속에서 대천사가 엎드려 절한다." 하늘의 대천사가 목수의 정혼녀 앞에 엎드리는 것입니다. 이어서 한 걸음 떨어진 곳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가슴에 포갠 채 "한없는 경외심으로" 바라봅니다. 그 순간 하늘거리던 휘장이 "안과 밖을 갈라놓는 벽이라도 되는 양" 빳빳하게 굳습니다. 13장에서 요셉을 신비 위의 인장이라 했지요. 오늘은 휘장 자체가 인장이 됩니다. 발토르타는 이 빛의 몸을 두고 사색하지요. "살과 눈과 머리채와 입술의 빛깔을 띤 빛이다. 움직이고 미소 짓고 바라보고 말하는 빛이다." 그리고 인사가 울립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십시오. 기뻐하십시오!" 루카 1장 28절의 그 인사인데, 왜 하필 기뻐하라는 명령으로 시작할까요. 즈카르야서 9장 9절을 들어 보십시오. "딸 시온아, 한껏 기뻐하여라. 딸 예루살렘아, 환성을 올려라. 보라, 너의 임금님이 너에게 오신다." 예언자들이 딸 시온에게 외치던 그 기쁨의 명령을 천사가 한 소녀에게 건네는 것입니다. 마리아가 곧 딸 시온, 임금을 맞는 이스라엘 자체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소녀는 벽에 몸을 붙이고 소매 속에 두 손을 감춥니다. 그리고 책은 그 속마음을 읽어 줍니다. "하느님의 사자인가, 아니면 속이는 자의 사자인가?" 10장에서 예수님께서 경고하신 그 식별을, 마리아는 천사 앞에서도 놓지 않습니다. 그래서 천사가 이름을 댑니다. "저는 하느님의 천사 가브리엘입니다." 7장을 기억하십니까. 다니엘에게 일흔 주간의 시간표를 건넨 천사가 가브리엘이었고, 우리는 그 천사가 마감을 알리러 나자렛에 오리라 했습니다. 오늘이 그날입니다. 카운트다운을 연 천사가 카운트다운을 닫으러 온 것입니다. 마리아의 질문은 루카 1장 34절 그대로입니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책은 그 뒤에 한 문장을 덧붙입니다. "혹시 주 하느님께서 당신 여종의 봉헌을 더는 받아들이지 않으시어, 그분을 향한 사랑으로 동정으로 있는 저를 원치 않으시는 것입니까?" 이것이 루카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입니다. 정혼한 처녀가 아들을 낳으리라는 말을 듣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은, 동정을 지키기로 서원한 사람에게만 나오는 질문이지요. 아우구스티노 이래 교회가 그렇게 읽어 왔고, 11장의 서원 고백이 그 주석이었던 셈입니다. 천사의 대답이 루카 1장 35절입니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여기서 덮는다는 말, 본디 그늘을 지운다는 뜻의 이 동사가 구약 어디에 나오는지 아십니까. 탈출기 40장 34절과 35절입니다. "그때에 구름이 만남의 천막을 덮고 주님의 영광이 성막에 가득 찼다. 모세는 만남의 천막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구름이 성막을 덮어 하느님의 영광이 그 안에 머물던 그 장면을, 루카는 같은 동사로 마리아에게 옮겨 놓았습니다. 1장의 성막, 10장의 속죄판, 11장의 세 번째 커룹, 13장의 살아 있는 궤. 이 시리즈가 열다섯 장에 걸쳐 쌓아 온 그림을, 루카 복음이 동사 하나로 확증해 주는 것입니다. 마리아는 새 성막입니다. 천사는 표징을 줍니다. 엘리사벳이 여섯 달째라고, 그리고 두 사람의 이름이 이어져 "세상 끝까지 뭇 백성이 두 분을 복되다 일컬을 것"이라고요. 루카 1장 48절의 마니피캇,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가 여기서 예고됩니다. 그리고 그 문장입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습니다." 2장에서 요아킴과 안나를 지탱했고 11장에서 교리서 148항이 마리아의 순종의 근거로 인용한 그 말이, 오늘 제 자리로 돌아와 가브리엘의 입에서 울립니다. 그러고는 책에만 있는 대목이 이어집니다. 천사가 재촉하는 것입니다. "제가 제 주님께 무어라 아뢰리이까? 세상이, 하늘이, 영원하신 분께서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문장을 들으면 교회는 곧바로 한 강론을 떠올립니다. 12세기 성 베르나르도가 이 장면을 두고 한 강론으로, 교회가 해마다 12월 20일 성무일도의 독서로 읽는 글이지요. 천사가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아담과 아브라함과 다윗과 온 세상이 당신의 무릎 앞에 엎드려 그 한마디를 기다린다고, 동정녀여 서둘러 대답하라고 재촉하는 강론입니다. 구백 년 전 수도원장의 강론과 병상의 환시가 같은 문장을 씁니다. 마리아가 대답합니다. 천사가 했던 그 몸짓 그대로, 두 손을 가슴에 포개고 깊이 절하며 말입니다. 경외가 경외로 되돌려지는 순간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하느님의 여종입니다. 그분의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루카 1장 38절입니다. 남의 시녀가 되겠다던 아이가 하느님의 여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책은 잉태의 순간을 이렇게 찍어 둡니다. 천사는 "승낙 속에 몸을 숙인 동정녀 위로 하느님의 영이 내려오시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고요. 동의와 잉태가 한순간입니다. 천사는 휘장을 흔들지도 않고 사라지고, 신비는 휘장이 드리워진 채 남습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 484항은 이 순간을 이렇게 선언합니다. "마리아에게 주님의 탄생이 예고되면서 '충만한 때'가 시작된다. 그것은 곧 약속과 준비의 성취이다." 갈라티아서 4장 4절의 그 때입니다. "때가 차자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시어 여인에게서 태어나게 하셨습니다." 약속과 준비의 성취라는 말이 오늘 우리에게 각별합니다. 우리가 열다섯 장 동안 지켜본 것이 바로 그 준비였으니까요. 485항은 덧붙입니다. 성령께서는 "동정 마리아의 태를 거룩하게 하시고 하느님을 잉태하게 하시려고 파견되셨다"고요. 그래서 온 세상의 종탑이 하루 세 번 이 장면을 되풀이합니다. "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니." 삼종기도는 이 방의 대화를 온 인류가 매일 재연하는 것입니다. 오늘의 실천은 그 재연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정오에 알람을 맞추고 삼종기도를 한 번 바치되,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하는 대목에서 미루어 온 결정 하나를 그 말 위에 얹어 보십시오. 하늘이 여러분의 대답을 기다리는 일이 하나쯤은 있을 것입니다. 기억하십시오. 세상이, 하늘이, 영원하신 분께서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소녀의 예 한마디에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셨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제17장, 하와의 불순종과 마리아의 순종, 예수님께서 이 대답의 무게를 낙원의 그 여인과 견주어 풀어 주시는 받아쓰기로 찾아뵙겠습니다.